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Negotiation 과정에서 기술 실시자(라이선시) 측이 오랫동안 제기해 온 핵심 불만이 있습니다. 바로 “수천, 수만 건의 특허를 독점한 거대 특허 풀(권리자 연합)을 상대로 개별 기업이 일대일 단독으로 맞서는 것은 정보의 대칭성과 대응 리소스 관점에서 지나치게 불평등한 게임이 아니냐”는 점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과 ‘협상력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실시자 진영이 준비한 새로운 방어 무기가 바로 ‘LNG(Licensing Negotiation Group: 라이선스 협상 그룹)’입니다.
본 리포트에서는 시장을 주도하는 특허 풀과의 대조를 통해 왜 LNG가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확산되지 못하는지 분석하고, 2026년 현재 글로벌 지재권 및 경쟁법 학계를 뒤흔들고 있는 대서양 양안의 격돌 지점을 심층 진단합니다.
1. ‘LNG’와 ‘특허 풀’: 거울 쌍둥이 구조
먼저 두 메커니즘의 대칭적 구조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 특허 풀 (공급 측의 집약): 복수의 특허권자가 표준필수특허(SEP)를 모아 하나의 독립된 관리 기구를 통해 ‘창구를 단일화’하고 실시자에게 일괄 포괄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예: Avanci, Access Advance)
- LNG (수요 측의 집약): 복수의 기술 실시자(제품 제조사)들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여 특정 권리자나 특허 풀을 상대로 라이선스 획득 및 조건 교섭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연합체
즉, 특허 풀이 ‘판매자 연합’이라면 LNG는 ‘구매자 연합’입니다. 특허 풀이 다수의 교섭 창구를 하나로 묶어 라이선스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처럼, LNG 역시 ‘실시자 측의 교섭 비용 절감과 거래 효율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등장했습니다.

2. 왜 LNG는 보편화되지 못하는가? : ‘구매자 카르텔’이라는 법적 장벽
특허 풀은 (서로 보완 관계에 있는 특허를 다루는 한) 기술 확산과 거래 효율성 관점에서 각국 경쟁 당국의 용인과 장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LNG는 태생적으로 ‘경쟁법(독점금지법) 위반’이라는 치명적인 규제 리스크를 상시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점유율을 다투는 직접적인 경쟁사들(예: 자동차 제조사 A사, B사, C사)이 수면 아래에서 만나 원재료 가격에 해당하는 특허 로열티나 요율 기준을 사전 합의하거나, 조건이 맞지 않을 때 ‘집단으로 계약을 거부하는 보이콧(공동 홀드아웃)’ 체제를 구축하는 행위는 사법 당국에 의해 악성 ‘구매자 카르텔(Buyer Cartel)’로 규정될 가능성이 극도로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술의 정당한 시장 가치를 왜곡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반독점법(독점금지법)의 대원칙상 판매자들의 가격 담합이 불법인 것과 마찬가지로, ‘구매자들이 뭉쳐 가격을 후려치는 행위’ 역시 중대한 위법 행위로 판단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법리적 부메랑 때문에 대다수 기업은 LNG의 설립이나 참여에 극도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시장의 실상입니다.
3. 그럼에도 연합체 구축에 나서는 이유 : IoT 시대의 공급망 ‘방어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동차 업계와 IoT 디바이스 분야를 중심으로 LNG 구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배경은 통신계 특허 풀의 ‘초거대화’와 완제품 기준(EMV) 산정 방식의 고착화에 있습니다.

‘Avanci’로 대변되는 메가 풀의 등장으로 ‘5G 차량 1대당 32달러’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업계의 사실상 표준이 되었습니다. 개별 완성차 OEM은 풀에 포함된 수만 건의 특허가 진짜 자사 제품에 필수적인지, 혹은 개별 특허의 무효 사유가 없는지 독자적으로 검증할 법적·기술적 리소스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라이선서가 제시한 요율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천문학적인 소송 리스크를 짊어지거나’ 하는 이지선다를 강요받아 왔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실시자 진영은 LNG를 통해 다음과 같은 ‘방어 전략’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 비밀유지계약(NDA)의 블랙박스 무력화: 권리자가 개별 협상 과정에서 사용하는 “타사 계약 조건은 밝힐 수 없다”는 NDA 장벽에 맞서, LNG라는 공조 체제를 통해 업계 차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적정 가격의 기준점(세이프 하버)을 도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 필수성 검증(Essentiality Check)의 공동 수행: 거대 특허 풀 안에 섞여 들어온 비필수 특허나 부실 특허를 솎아내기 위해, 경쟁사들이 비용과 엔지니어를 분담하여 공동 기술 분석(Patent Counting)을 수행함으로써 부당한 로열티 버블을 걷어내겠다는 전략입니다.
4. 글로벌 규제 동향: 미국과 유럽의 극단적인 ‘시각 차이’, 그리고 일본의 리스크
LNG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글로벌 핵심 규제 당국 간의 법리 해석 ‘네지레(엇박자)’에 있습니다.
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조건부 유화책과 엄격한 세이프 하버 가이드라인
유럽 경제의 중추인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방어하기 위해, EC 경쟁총국은 LNG에 대해 일정 수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EC는 자동차 업계의 공동 협상 그룹(ALNG)에 대해 경쟁법상 우려가 없다는 취지의 ‘비공식 가이드라인 레터(Comfort Letter)’를 발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적인 면죄부가 아닙니다. EC는 세이프 하버의 조건으로 강력한 정보 차단 벽(Firewall)의 운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참가 기업 간에 로열티 협상안 외의 상업적 기밀 정보를 교환해서는 안 되며, 협상 지연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인 집단 보이콧 행위는 단호히 금지한다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② 미국 법무부(DOJ): ‘카르텔 합법화’에 대한 맹렬한 저지
유럽의 유화적인 노선과 달리, 미국 경쟁 당국(법무부 반독점국, DOJ)은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습니다. DOJ의 반독점 최고위 관료는 유럽 EC가 발급한 컴포트 레터에 대해 “전통적인 경쟁법 원칙과 양립할 수 없는 극도로 이례적이고 우려스러운 조치(concerning and unusual)이자 불행한 역행(Unfortunate development)”이라며 공식 석상에서 맹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미국 측은 LNG가 ‘구매자 독점(Monopsony)’의 지위를 남용해 인위적인 가격 인하 압력을 행사할 경우, 차세대 이동통신(6G)이나 인공지능(AI) 분야의 장기 R&D 투자를 저해하여 기술 혁신의 뿌리를 흔드는 불법 구매자 카르텔이 될 것이라는 강경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③ 일본 시장 실무 현장의 규제 사각지대
일본의 경우, 특허청(JPO)의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교섭에 관한 지침’이나 경제산업성(METI)의 ‘성실교섭 가이드라인’을 통해 교섭 효율화와 성실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JFTC)의 현행 독점금지법(부당한 거래제한 금지) 체제 하에서 경쟁사들이 공동으로 특허 풀에 대항해 요율 협상을 벌이는 행위가 사법적으로 ‘안전하다’고 보장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일본 기업들 앞에는 여전히 높은 법적 지뢰밭이 남아있습니다.
5. 결론
만물 인터넷화와 자율주행 기술의 심화 속에서, LNG는 정보의 열세에 몰린 완제품 제조사들에게 교섭의 비대칭성을 뒤집을 강력한 ‘구원의 방패’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패는 내부 정보 관리나 협상 프로세스에서 한 끗만 어긋나도 경쟁 당국으로부터 막대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받는 카르텔 boomerang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특허 풀이라는 공급 측의 압도적인 집약력에 맞서, 수요 측은 어떻게 힘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 — 향후 LNG 활용이나 참여를 검토하는 기업은 단순히 자사의 교섭력을 높이겠다는 단편적인 접근을 넘어, 미·유럽·아시아의 규제 기관들이 지재권 보호와 반독점법 사이에 긋고 있는 첨예한 경계선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간파하는 고차원적 지재권 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참조 리스트
본 보고서는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의 공식 행정 문서 및 전문 법률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 DG COMP: Case AT.40979, Informal Guidance Letter – Automotive LNG (July 2025).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티센크루프의 공동 협상 그룹 설립에 대한 경쟁법적 평가 및 세이프 하버 조건을 명시한 공식 행정 문서.
- 미국 법무부 (DOJ) Antitrust Division: 고위 관료 공식 성명 및 반박 연설 (October 2025). DOJ 반독점국의 Dina Kallay 관료가 유럽의 LNG 용인 노선에 대해 “구매자 카르텔을 용인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기조연설의 전문 미디어 상세 보도해설.
- 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 LLP: 글로벌 지재권·경쟁법 얼럿 “EU Proposes Safe Harbour on Patent Licensing Negotiation Groups.” 글로벌 대형 로펌 스캐덴이 유럽 위원회의 기술이전블록면제규정(TTBER) 개정 방향 속에 반영된 LNG 관련 경쟁법상 세이프 하버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실무 분석서.
- 영국 정부 (GOV.UK) 공식 행정 포털: CMA TTBER Consultation – Avanci Response.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실시한 기술이전 규칙 개정 관련 의견수렴 과정에서 거대 특허 풀 관리자(Avanci 등)가 “LNG 제도가 초래할 집단 보이콧 및 악의적 홀드아웃의 위험성”을 제출한 공식 의견서 열람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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