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특허 침해 리스크를 방지하고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허 조사(FTO: Freedom to Operate)’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나 디자인, 텍스트, 혹은 음악 같은 ‘저작물’은 어떨까요?
“특허처럼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해 비슷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작권 침해 조사는 특허 조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우며, 실무적으로는 비침해를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허와 저작권 조사 간의 결정적인 차이점과 함께 기업이 실무에서 이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저작권에는 공식적인 ‘지도(공보)’가 없다
특허권과 저작권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권리가 발생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 특허권: 특허청에 신청(출원)하여 심사를 통과하고 최종 ‘등록’되어야만 비로소 권리가 발생합니다. 그 기술 내용은 ‘특허공보’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됩니다. 즉, ‘누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누구나 투명하게 검색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저작권: 작품을 창작한 순간, 그 어떤 행정적 절차나 등록 없이도 권리가 자동으로 발생합니다(무방식주의). 물론 저작권 등록 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실제 창작자나 창작일을 증명하는 등 일부 예외적인 법적 효력을 위한 것일 뿐,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저작물은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작권 분야에는 특허의 ‘J-PlatPat’처럼 현존하는 모든 보호 저작물을 망라하여 검색할 수 있는 공식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스크를 피해 갈 수 있는 공식 ‘지도’가 없는 셈입니다.
2. 【비교표】 특허 조사 vs 저작권 조사
두 권리의 특성을 비교해 보면, 조사 결과의 ‘확실성’ 측면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 비교 항목 | 특허권 조사 (Patent Clearance) | 저작권 조사 (Copyright Clearance) |
| 공시(공개) 여부 | 공보를 통해 의무적으로 강제 공개됨 | 공개 의무가 없으며, 전체 저작물의 실체 파악이 불가능함 |
| 주요 조사 대상 | 특허청 데이터베이스(J-PlatPat 등) | 인터넷 전체, 기존 상용 작품, 개인의 기억 등 |
| 침해 판단 기준 | 기술적 보호 범위(객관적인 문언·청구항/Claims) | 의거성(Access)과 실질적 유사성(Similarity) (주관이나 정황 증거가 개입되기 쉬움) |
| 조사의 확실성 | 비교적 높음 (공백은 존재하나 참조할 지도가 있음) | 극히 낮음 (참조할 지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 |
3. ‘창작자 본인’ 외에는 침해 여부를 알 수 없다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두 작품이 서로 ‘비슷하다(실질적 유사성)’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후발 창작자가 기존 작품을 실제로 보고 모방했다는 사실, 즉 ‘의거성(依拠性, Access)’이 반드시 입증되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저작권 조사의 가장 큰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어떤 디자인이나 코드가 기존의 제품과 아무리 유사하더라도, 그것이 전적으로 후발 창작자의 독자적인 아이디어에 의해 개발된 것이라면(독자적 창작) 법적으로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창작자가 과거에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무의식중에 반영되어 유사한 결과물이 나왔다면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에 무엇을 보았는가’,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가’라는 ‘의거성’의 영역은 오직 창작자 본인의 머릿속에만 존재합니다. 제3자가 외부에서 아무리 뛰어난 검색 및 오딧(Audit) 툴을 동원하더라도, 그 창작자가 ‘정말 아무것도 참고하지 않고 순수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특허와 달리 저작권에서 ‘100% 비침해 보증’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핵심 이유입니다.
4. 생성형 AI 시대의 도래와 ‘의거성’의 새로운 복잡성
최근 ChatGPT나 GitHub Copilot 등 생성형 AI의 급격한 보급은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실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 문화청이 발표한 ‘AI와 저작권에 관한 생각’ 등 전 세계 관계 당국에서도 AI 생성물의 저작권 침해 리스크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콘텐츠나 소스 코드를 출력하는 경우, 법조계에서는 ‘의거성’을 크게 두 가지 레이어로 나누어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AI 개발·학습 단계의 의거성: 해당 AI의 학습 데이터에 기존의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여부
- 사용자 이용 단계의 의거성: 이용자가 기존 저작물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AI에게 이를 재현하도록 유도하는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했는지 여부
설령 개발자 본인이 기존 저작물을 직접 본 적이 없더라도, 백엔드에서 사용한 AI 툴이 타인의 저작물을 학습하여 이를 그대로 출력해 버렸다면, 기업은 의도치 않은 저작권 침해 소송이나 계약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이 저작권 ‘비침해 입증’의 난이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 것입니다.
5. 비즈니스 실무에서 리스크 및 ‘보증’에 대응하는 방법
현실적으로 “조사가 완벽하지 않으니 보증도 할 수 없다”며 비즈니스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접근법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클린룸 개발(Clean Room Technique)’ 프로세스 기록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타인의 코드를 참조할 수 없도록 인터넷과 완전히 격리된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했음을 로그, 일일 보고서 등을 통해 엄격하게 문서화합니다. 이를 통해 ‘의거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객관적 반증 데이터를 확보합니다.
계약서상 ‘진술 및 보증(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활용
저작권 리스크는 전수 조사를 통해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계약 상대방(제작사 또는 벤더)에게 “본 저작물은 당사가 독자적으로 창작한 것이며,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진술 및 보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만약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약 상대방이 손해배상 및 면책(Indemnification) 책임을 지도록 리스크를 이전하는 것입니다.
‘아는 범위 내(To the best of knowledge)’로 책임 한정
리스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급업체 측에서는 계약서 조항에 “당사가 아는 한”이라는 단서 조항을 삽입하려 노력합니다. 특허 계약과 마찬가지로, 의도치 않은 우연한 유사성이나 상용 AI 툴의 학습 데이터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침해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6. 마치며
저작권의 세계에서는 특허와 같은 완벽한 ‘데이터베이스 검색’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화된 검색 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계약서를 통한 리스크 분담 구조를 명확히 하고, 제작 및 개발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특허식 관점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회사의 저작권 조항과 개발 프로세스를 재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7. 📚 참고 정보 리스트
저작권 제도 및 침해 판단 기준(의거성 등), 그리고 최신 AI 관련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 정부·공공 리소스입니다.
- 일본 문화청: 저작권 제도의 개요
- 저작권의 발생 및 보호 기간, 무방식주의에 대한 공식 해설입니다.
- 공익사단법인 저작권정보센터(CRIC): 저작권 Q&A
- ‘단순한 유사’와 ‘법적 침해’의 차이 등 실무적인 의문점들을 종합적으로 다룹니다.
- 법원: 지식재산권 판례집
- 과거 사법부에서 ‘의거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했는지 실제 재판 판례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 일본 문화청: AI와 저작권에 관한 생각
- 생성형 AI 이용 시 어떤 경우에 저작권 침해(의거성·유사성)가 성립하는지 최신 공식 견해를 정리한 지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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